라벨 없이 배운다는 것
ImageNet 1,400만 장에 라벨을 붙이는 데 들어간 인력을 웹의 수십억 장 이미지에 다시 쓸 수는 없다. 자기지도학습(SSL)은 라벨 대신 데이터 자신의 구조에서 감독 신호를 만든다 — 입력의 일부로 다른 일부를 설명하게 하는 pretext 태스크를 풀게 하고, 그 과정에서 생긴 표현을 다운스트림에 전이한다. NLP에서는 이 아이디어가 언어 모델링(GPT-1)과 마스킹(BERT)으로 일찍 정리됐지만, 비전은 사정이 달랐다. 이미지는 이산 토큰이 아니라 연속·고차원·저의미밀도 신호라서 “무엇을 맞히게 할 것인가”부터가 문제였고, 그 답에 따라 세 계열이 갈라졌다.
세 계열을 관통하는 평가 축은 하나다: 표현 붕괴(collapse)를 어떻게 막는가. 모든 입력에 같은 벡터를 내놓으면 대부분의 자기지도 목적함수가 자명하게 최소화된다. 이 자명해를 배제하는 방식이 곧 계열의 정체성이다.
1. 예측 (predictive / generative) — 가린 것을 맞혀라
입력의 일부를 지우고 나머지로 복원하게 한다. 초기의 색칠(colorization), 퍼즐(jigsaw), 회전 예측 같은 수공예 pretext를 거쳐, BERT의 성공을 비전에 이식한 Masked Image Modeling으로 수렴했다. 대표가 MAE다: 패치의 75%를 지우고 픽셀을 직접 회귀한다.
- 붕괴 문제가 구조적으로 없다. 타깃(가려진 픽셀/토큰)이 입력마다 다르므로 상수 출력은 답이 될 수 없다. negative pair도, EMA 교사도, 정교한 증강도 필요 없다.
- 대신 무엇을 복원 타깃으로 삼느냐가 설계의 전부다 — 픽셀(MAE), 이산 visual token(BEiT), HOG 특징 등. 픽셀 복원은 저수준 통계에 치우칠 위험이 있지만 MAE는 높은 마스킹 비율로 이를 상쇄한다.
- 특성: 미세조정하면 매우 강하지만, 표현을 그대로 쓰는 linear probing / k-NN 성능은 대조·증류 계열보다 약한 경향이 있다 — 복원에 필요한 정보와 판별에 필요한 정보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.
2. 대조 학습 (contrastive) — 같은 것은 당기고 다른 것은 밀어라
같은 이미지의 두 증강본(positive pair)은 가깝게, 배치 내 다른 이미지들(negatives)은 멀게 임베딩한다. 표준 목적함수는 InfoNCE:
- 붕괴는 negative가 막는다 — 모두 같은 점으로 모이면 분모가 커져 손실이 오르므로, 표현이 구 위에 고르게 퍼진다(uniformity)와 positive 정렬(alignment)의 균형으로 해석된다.
- 대표가 SimCLR — “특별한 구조 없이 증강 조합 + 큰 배치 + projection head면 된다”는 미니멀리즘. MoCo는 negative를 배치 대신 momentum 큐로 공급해 배치 크기 제약을 풀었다.
- 약점도 negative에서 나온다: 수천 규모의 negative가 필요해 배치/메모리 요구가 크고, 증강 설계에 민감하며, 같은 클래스의 이미지가 negative로 밀리는 false negative 문제가 본질적으로 남는다.
3. 자기증류 (self-distillation) — negative 없이, 나의 과거가 교사
같은 이미지의 두 뷰를 학생과 교사에 넣고, 학생이 교사의 출력을 맞히게 한다. 교사는 별도 모델이 아니라 학생 가중치의 EMA(exponential moving average) — 자기 자신의 느린 버전이다. BYOL이 “negative 없이도 된다”를 처음 보였고, DINO가 이를 ViT + centering/sharpening으로 다듬었다.
- negative가 없으므로 붕괴가 정면 문제다. 이를 비대칭성으로 막는다: 교사-학생의 구조적 비대칭(predictor head, stop-gradient), EMA로 느리게 움직이는 교사, DINO의 경우 교사 출력에 centering(한 차원 지배 방지) + sharpening(균등분포 붕괴 방지)의 상반된 두 연산.
- 이론적으로는 가장 “왜 되는지” 설명이 덜 된 계열이지만, 실전 결과가 계보를 정리했다 — DINO의 표현은 k-NN만으로 강력하고, attention map에 무감독 분할이 창발하며, DINOv2/v3에 이르러 미세조정 없이 쓰는 범용 시각 backbone이 됐다.
어느 갈래가 이겼나
NLP는 예측 계열의 완승으로 일찍 끝났다(자기회귀와 마스킹). 비전은 2020~2022년에 세 갈래가 각축을 벌였는데, 지금 시점의 정리는 대략 이렇다: 미세조정 전제라면 MAE류(특히 검출/분할로의 전이), frozen feature 전제라면 DINO류(k-NN, linear probing, dense task), 순수 대조 계열은 단독으로는 밀렸지만 InfoNCE라는 목적함수 자체는 CLIP의 이미지-텍스트 대조로 옮겨가 멀티모달의 표준이 됐다. 실제로 DINOv2가 iBOT의 마스킹 예측 손실을 흡수했듯, 최신 시스템들은 계열 간 하이브리드다 — 세 갈래는 경쟁 관계라기보다 서로 다른 정보(저수준 구조 / 인스턴스 판별 / 의미적 군집)를 뽑는 상보적 도구로 수렴하는 중이다.